책정보
- 도서명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저자 : 최은영
- 구매 가격 : 16,800원 (정가, 도서)
도서 리뷰
이 책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몫』, 『일 년』, 『답신』 , 『파종』 , 『이모에게』 ,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이라는 총 7편의 소설을 묶어내어 7가지 이야기로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설이다.
이 책은 살면서 주변의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는 복잡미묘한 관계나 사회적 이슈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 되도록 잘 풀어내 휴머니즘을 재대로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는 주인공인 희원과 영어 강사이던 그녀와의 이야기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할 새로운 길을 먼저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는 그녀를 동경하고 등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아쉬움, 외로움, 공허함 등이 느껴지며, 시간이 지나 이제 더이상 소식을 알 수 없는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희원에게는 버팀목이 되고 더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느꼈다.
『몫』에서는 주인공인 해진과 희영, 정윤 세 사람의 관계가 처음에는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지만, 재능을 부러워하고 질투를 하는 모습이나 이해는 하지만 상대방에게 실망하고 그런 시간이 지나가며 서로에게 상처가 되며, 시간이 지나 더 멀어지고 연이 끊어지는 관계들을 보며,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겪어보고 공감할 만한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일 년』에서는 3년 차 사원이었던 그녀와 1년 인턴 계약이었던 다희의 이야기로 직장에서는 속마음을 꺼낼 수 있을 정도로 누구보다도 가까웠던 좋은 관계였지만, 소설 속 상황처럼 사회적 조건 및 환경 때문에 서로 더 다가가기 어려운 상황에 공감이 많이 됐다. 서로에게 호감이 있음에도 다양한 요소로 관계가 쉽게 상처받고 무너지는 일은 살면서 다들 겪어봤을 것 같지만, 소설 속 8년 후 병원에서 다시 조우했을 때 다시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지만, 마음속에서 서로에게 좋은 감정으로 대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보이는 관계뿐만이 아니라 내 마음이 바라고 응원하는 관계도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답신』에서는 자매의 이야기로 어린 시절 나를 지켜주고 부재였던 어머니의 역할을 해주기 위해 많은 걸 포기했던 언니와의 끈끈하던 관계가 언니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 형부를 보며 관계가 틀어지는 모습을 보며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분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이 들었고, 언니를 지켜주려 노력하지만 결국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언니와의 관계까지도 멀어지며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마지막에는 본인을 희생하는 거짓 증언도 하며 언니를 변함없이 사랑하지만 결국은 자매의 관계와 틀어지며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해 관계란 게 참으로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했다.
『파종』에서는 주인공인 민주와 그녀의 딸인 소리, 그리고 주인공의 삼촌인 민혁의 이야기로 소리가 초등학교 6학년 즈음 삼촌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시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된 시점에 민주가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소리가 많이 지치고 힘들어하며 소리가 글쓰기 대회에서 썼던 글을 보며, 소리가 삼촌과 텃밭을 가꾸던 그 시절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지치고 힘들어하는 것을 알게 되고, 매번 소리가 텃밭에 가보자는 권유를 거절했던 민주는 소리에게 텃밭에 가보자고 먼저 제안하며 텃밭을 가꾸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글을 읽는 내내 잔잔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배려심을 느꼈고,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민주가 세상을 떠난 삼촌이 텃밭을 같이 가꾸며 가르쳐주었던 따뜻하고 소중한 감정을 딸인 소리를 통해 민주가 배웠듯이 나도 죽음이 끝이 아님을.. 사람 마음속에는 아직 살아가고 있음을 배우게 된 것 같다.
『이모에게』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나를 키워주었던 이모와의 이야기로 부모님보다 이모와 더 가깝게 지냈고, 집안사정과 이모를 무시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인해 이모는 집을 떠나게 되고 이후 공군사관학교에 가서도 힘들때면 이모를 떠올렸던 이모를 7년 후 다시 만나며, 이후 이모가 뇌졸증을 앓고, 떠나기까지의 이야기로 주인공 시점에서 이모와의 관계 안에서의 감정의 묘사를 공감되도록 잘 서술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이입이 잘되었다. 나의 성장시절 가장 영향을 많이 주었던 이모였기에 이모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보았을 때나 아빠가 이모를 무시하는 모습에 분노했지만 정작 스스로도 마음속으로 은연중에 이모를 무시하고 있었던 마음 상태 등을 보며 좋던 싫던 내가 보고 경험하는 모습이 내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익숙함에 익숙해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는 주인공인 기남이 두 딸 중의 하나인 우경과 손자 마이클을 보러 홍콩으로 가서 일어나는 일들과 과거의 회상을 교차시키며, 기남의 감정과 모녀 사이의 애증의 관계를 잘 풀어낸 이야기이다. 어린시절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랑받지 못하며 커온 기남이 자신의 딸들에게도 진심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들이나 현재는 심하지 않으나 과거 가부장제 문화로 인해 희생된 그런 환경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손자인 마이클이 말한 "부끄러워도 돼요" 라는 한마디가 기남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인상적이였다.
독서노트
# 영어는 나와 관계 없는 말이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쓰던 말이 아니었다. 내게 상처를 줬던 말이 아니었다.
# 책상 앞에 앉아 책에 밑줄을 긋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에 투명 망토를 두른 것 같았다고. 세상에서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고. 그녀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그려진 세상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보다도 언제나 더 가깝게 느껴졌다고 썼다. 그럴 때면 벌어진 상처로 빛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고, 그 빛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더 가보고 싶었다.'
# 그대로라고 말하는 것은 그 많은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예전의 당신이 존재한다고, 그 사실이 내 눈에 보인다고 서로에게 일러주는 일에 가까웠다.
# 사실 그녀는 귤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말도. 그렇게 껍질을 까서 하나하나 손바닥에 올려주던 마음이 고마워서 그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고, 결국엔 귤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도. 다희가 더 깊은 이야기를 할까 한편으로는 두려있다는 말도. 사람들은 때로 누군가에게 진심을 털어놓고는 상대가 자신의 진심을 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증오하기도 하니까. 애초에 그녀는 깊은 이야기를 할수록 서로 가까워진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는 말도. 그렇지만 다희가 그녀로 하여금 말하게 했고, 그 사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말도. 그리고 무어보다도, 자신에게서 멀어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는 사실도. 그녀는 그중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 소리는 뭘 하고 싶어? 소리가 아무거나 괜찮다고 대답하면 아니, 소리가 진짜 먹고 싶은 거, 라며 다시 물었다. 아무거나는 답이 아니야. 소리야. 그는 그렇게 말했다.
단어노트
# 영서 : 영어로 쓴 글씨. 또는 그런 책
# 결기 : 곧고 바르며 과단성 있는 성미
# 간사 : 일을 맡아 주선하고 처리
# 시류 : 그 시대의 풍조나 경향
# 배태되다 : 어떤 현상이나 사물이 발생하거나 일어날 원인이 속에 생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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